그 곳의 아이들
김미
무안에서 출발 현경을 진입해 홀통 쪽 방향으로 앙상한 벚나무 가로수 길을 한 구비 달리다보면 왼쪽으로 바다의 한 면이 보인다. 바다의 자락 속으로 들어가면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건물이마에 농업인 여성 센타 라는 명패를 지닌 그곳이 있다.
그 곳에서 3개월 동안 아이들과 그림책이랑 상상해 보고 말하고 만들기도 하며 우리들만의 꿈도 꾸었다. 그곳의 아이들은 그 동안 함께 수업을 했던 아이들과는 많이 달랐다. 그곳의 아이들은 수업준비를 하고 다소곳이 앉아 있으면 몸에 종기가 난 듯 벌처럼 급하게 날아다닌다. 그리고는 따뜻한 실내장소를 두고도 바늘 침처럼 살갗을 파고드는 칼바람에도 겉옷을 내 팽개친 체 야외에서 참세처럼 물리를 지어 뛰어 논다. 손을 맞잡으면 얼음장 같다. 그러거나 말거나 표정만은 싱그런 들꽃 같은 아이들이다. 수업을 하기 위해 센터에 들어서는 내 모습을 보는 순간 번개처럼 눈빛을 주고받으며 몸을 숨긴다. 눈치를 챘으면서도 “어디 있지” 하며 이리저리 찾아 나선다. 제풀에 겨워 키들키들 웃는 아이, 그걸 말리는 아이 우린 함박웃음을 지으며 서로를 맞이한다. 그리고 수업 빨리 끝내고 놀자는 ‘약속’하에 실내로 양떼를 조심스레 불러 모우 듯 들어선다.
이곳의 아이들의 특징이라면 첫째는 에너지가 넘쳐서 파도처럼 일렁인다. 아이들은 가만히 앉아서 토론이나 선생님이 혼자만 수업하는 것을 못 견디어 한다. 허수아비를 만들던 날 “허수아비를 보면 무슨 생각이 들어요? 라고 묻자“슬퍼요” “왜” “들판에서 혼자 지내려면 얼마나 슬퍼요“ ”그렇겠구나.“ 입이 한 발은 튀어 나온 친구가 ”선생님 도저히 내 생각대로 허수아비가 만들어 지질 않아서 저 포기하고 싶어요.“ 포기란 배추를 셀 떼나 쓰는 말인데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원하던 허수아비를 만들자 오진 표정을 지어 보이던 활짝 웃던 모습, 연 만들기를 하던 날 코를 박고 만들어 꼭 연을 날려야 하니 줄을 내 놓으라며 졸졸졸 따라 다니던 아이들 낚싯줄을 훼손 하지 않겠다고 가져갔건만 어찌 할 수 없이 아이들에게 나누워 주고 빈 몸체만 주인에게 내밀었다. 물고기를 만들기 수업을 하던 날도 실내에서 낚시질을 하며 자석에 딸려 올라오는 색종이 고기를 보며 함성을 지어 내던 아이들! 토종씨앗 행사 때 동지 죽 새알을 조가비 같은 손으로 고물고물 만들던 작은 손들, 하얀 반죽으로 온갖 동물 모양을 만들어 놓고 나와 눈을 맞추며 짓던 하얀 웃음들이 추억이 되어 피어난다. 방학 생활을 끝내고 어디서 만난다면 몰라보게 훌쩍 자랐을 사랑스런 아이들과의 수업은 그곳을 지날 때 마다 별처럼 반짝 일 것이다.
※ 김미 선생님은 토요공부방에서 10월~12월 기간동안 그림책 지도를 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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