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를 처음 방문한 날은 바람이 제법 불고 있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안으로 들지 않았다. 바다와 숲, 연못, 놀이터, 강아지에 닭, 참새까지 종종거리는 붉은 벽돌의 잘 생긴(!) 센터를 보는 순간 감탄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실내는 또 어땠는가. 계단 한 칸 한 칸 저 위까지 줄맞춰 앉아있는 늙은 호박 수십 개와 벽면을 가득 채운 어르신과 아이들의 전시물, 편안하게 기대어 있는 생활용품 그리고 교실 한가득 비추는 햇빛만큼이나 왁자하게 퍼지는 군고구마 향내와 학생들의 웃음소리! 마치 군불 지핀 아랫목에 누어있는 것 같은 그런 편안한 풍경이었다.
학생들은 센터에 익숙해 있었고 우리 또한 그러한 학생에게 동화되어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수업을 시작했다. 그림책을 읽어 주면 학생들은 학년에 상관없이 몰입했다. 물론 우리는 그때 90도의 정자세를 요구하지 않았다. 앉거나 눕거나 편히 쉬어, 자세를 더 권유했다.
때로 아이들은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하느라 제법 수선스러워지기도 했다. 그럴 때는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를 책상 위에 늘어놓았다. 골판지, 쇼핑백을 자르고 물감, 매직, 크레파스 등등을 총동원하여 물고기, 가면 등등을 만든다. 가늘게 쪽을 낸 대나무와 달력 한 장으로 연을 만들기도 한다. 에이, 내 연은 잘 안 날아! 신문지를 잘라 연 꼬리를 길게 붙이고 상기된 얼굴로 다시 뛴다. 어, 어, 저러다…아, 연만 보고 달리다 둘이서 박치기를 할 뻔…. 다행히 아슬아슬 잘 피했다. 아이들은 눈치껏 소신껏 찢고 꿰고 만들면서 응용력을 터득해 갔다.
사랑도 가르쳐야 한다. 아울러 지식과 배려하는 마음까지 얻어 가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5인 1조가 되어 타조알을 만든다. 생각해 보자. 어떤 환경이면 알이 부화하기 좋을까? 햇빛과 지진, 비바람, 천적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단다. 신문지 타조알을 축구공처럼 차고 다니던 아이들은 이내 숙연해지며 풀을 뜯어와 둥지를 만들고 옷을 벗어 지붕을 만든다. 그때쯤 아이들이 하는 질문이 있다. 선생님, 타조알 집에 갖고 가면 안돼요? 그래? 깨지지 않을까? 아이들은 또 곰곰 생각한다. 바구니, 상자, 쟁반, 심지어 유모차까지 만들어낸다. 그 재료가 신문지거나 골판지긴 하지만 아이들은 실제상황으로 인식하고 굉장히 심각하다.
스트레스가 많다며 입을 한 자나 내밀고 오는 녀석도 있다. 당연히 마음이 무거운 아이를 위한 메뉴도 준비되어 있다. 각자 역할을 정하고 대본을 읽는 중에 아이의 얼굴은 차츰 환해진다. 지금 스트레스가 뭐예요? 왜 화가 났어요? 그것들 모두 날려버립시다! 컵 풍선을 만들어 뻥뻥 터뜨린다.
한 겨울에도 콧잔등에 땀이 맺히는 아이들. 그들과 함께 하다보면 우리도 금세 어린이 마음이 된다. 어미타조가 되었다가, 팥죽할멈이 되었다가, 하얀 눈썹 호랑이가 되었다가, 화가, 개그맨 등등 동심의 세계로 쉽게 이동이 가능했다.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함께 아이들 세계로. 벌써 아이들이 보고 싶다. ‘고향의 노래’가 절로 나온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 김양주 선생님은 2013년 10월~12월 동안 토요공부방 아이들과 그림책 수업을 함께 해주셨습니다.